이번에 읽은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“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”이다.
이 책은 추리소설 작가들을 주인공으로 한 짤막한 여러 소설들로 구성되어 있다.
그동안 히가시노 게이고가 심사숙고하여 잘 만들어진 줄거리의 책을 읽었다면 쉽게 평소의 생각을 소설로 만든 듯한 이런 책을 읽는 것은 나름의 소소한 재미가 있다.
[세금 대책]
어느 소설가가 친구인 담당 회계사무소 소장과 조금이라도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억지 소설을 쓰는 내용이다.
처음에는 억지 세금을 부과하는 정부 정책을 비꼬는 내용인 줄 알았다.
그러나 억울한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아니고 갑자기 생긴 수익으로 사치를 한 작가가 이를 정산받기 위해 이상한 방향으로 소설을 쓰는 상황에 대해 비꼬는 내용이다.
[이과계 살인사건]
이 소설은 제목 밑에 “취향에 맞지 않는 분은 그냥 넘기세요”라는 글이 적혀있다.
처음에 이 문장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.
어떻게 읽어보지 않았는데 취향에 맞는지 맞지 않는지 알 수 있겠는가?
이 소설은 잘 이해도 안 되는 전문용어나 개념들이 작정하고 나온다.
중간쯤 읽었을 때 작가가 왜 취향에 안 맞으면 넘기라고 했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.
하지만 대부분의 독자는 읽다가 넘기지 않고 끝까지 읽을 거란 생각을 한다.
그래서 이 소설을 끝까지 읽으면 작가가 파놓은 함정에 빠져 이 소설을 끝까지 읽은 내가 마치 범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.
어떻게 보면 일부러 제목 밑에 넘기라는 글을 적으면서 오히려 그 문장이 사람들을 더 읽게 만들 거라는 치밀한 계산이 있었고 마지막에는 끝까지 읽은 독자를 골탕 먹이려고 한 착가의 치밀한 계획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.
[고령화 사회 살인사건]
이 소설은 치매가 있는 고령의 작가가 추리소설을 쓰면 생길 수 있는 재미있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이다.
이 짧은 소설에도 작가는 끝에 귀여운 반전을 빼놓지 않았다.
[예고 소설 살인사건]
이 소설은 무명 추리소설 작가가 연재하는 소설의 사건과 동일하게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갑자기 인기 작가가 되고 높아진 인기와 부에 눈이 멀어 계속 살인이 일어나는 연재를 하는 내용이다.
욕심이 과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읽어보면 알 것이다.
[장편소설 살인사건]
이 소설은 무조건 분량이 많아야 잘 팔린다는 출판계의 흐름 때문에 작가가 억지로 내용을 늘리는 이야기이다.
마치 히가시노 게이고 본인도 책의 분량의 압박을 받아봤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썼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.
이 소설에는 책 분량을 늘리기 위해 각종 수식어와 정보를 나열하는 예가 나오는데 이 부분에서 나도 왠지 이런 류의 책을 읽었었던 기억이 있는 것 같았다.
분량 늘리기의 과도 경쟁은 소설의 끝에 가서 의외의 방향으로 변질되는데 그 반전이 재미있다.
[마카제관 살인사건]
음..이건 내가 읽어본 단편 소설 중 가장 짧은 내용이었다.
너무 짧아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빼놓은 게 아닌가 생각 든다.
[독서 기계 살인사건]
이 소설은 앞에서와 다르게 작가의 입장이 아닌 소설 평론가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.
기계가 대신 책을 읽고 평론을 해주어 점점 평론가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책을 읽지 않고 이 기계에 의존하며 나중에는 심지어 이 기계를 거꾸로 응용하여 좋은 평론이 나올 수 있게 소설을 쓰는 법을 알려주는 기계도 등장한다.
작가는 점점 책을 멀리하는 현대 사회를 풍자하고 있으며 이런 현실을 아쉬워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.
이 책의 단편 소설 제목에는 모두 살인사건이란 단어가 붙어있지만 실제로 내용에는 살인이 일어나지 않으므로 편하게 가볍게 재밌게 읽을 수 있다.
이 책에 대한 나의 한 줄 생각은,
히가시노 게이고의 다음 장편 소설을 읽기 전 가볍게 쉬어가기 좋은 책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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